여유, 중심, 글쓰기
여유를 잃었다. 쳇바퀴처럼 끝없이 돌고도는 나날 속, 당장 급한 Task들 쳐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다음주 업무 정리해야지, 단기 전략 짜야지, 내년도 마일스톤 세워야지, 올해 성과 정리해야지. 놓친건 없나? 아 운동도 하고 건강도 챙겨야 하는데, 건강하게 먹어야 하는데.
인스타, 링크드인, 유튜브, X, Thread, 뉴스, 인터넷. 실시간으로 뇌에 입력되는 온갖 정보들. 경쟁사 소식, 새로운 기술, 여러 성과들, 여러 삶들, 주변인들의 빛나는 순간들. 도파민과 정보는 끊임없이 충전되고, 나의 과정과 타인의 결과를 비교한다. 조급해진다. 나도 빨리 이루어야 하는데, 뒤쳐지면 안되는데, 충분히 잘하고 있나? 놓치는건 없나? 더,더,더. 더 해야하는데. 뭘? 왜?
여유를 잃은 이유는, 중심을 잃었기 때문일테고, 중심을 잃은 이유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잃은 이유라면.. 급한 일들이 끊임없이 치고 들어왔기 때문일 수도, 인스타, 유튜브 릴스에 중독되어 하염없이 스크롤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원인과 결과가 뚜렷하지는 않다. 그게 뭐가 중요한가. 잃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세상은 무척이나 시끄럽다. 프론티어 모델들 성능은 어떤 임계를 넘은 것 같다. 전쟁은 가라앉지 않고,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간다. 실제 우리네 삶에도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겠다. 신경쓰고 있던 것들이 그렇게 중요한 것들이었을까? 무엇이 중요한가? 내 인생에. 무엇이 하고 싶었나? 아니 지금은 무엇을 하고 싶나. 중심에 대한 질문들. 당장 답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그게 변치않는 답도 아닐 것이다. 단지 어떤 밸런스, 과정에의 중심, 나의 페이스 같은 것들을 되찾고 싶달까.
글을 쓰면 좀 나아질까 싶다. 한동안 읽지도, 쓰지도 못하고 있었다. 마치 한동안 달리지 않으면 페이스를 조절하는 힘, 장거리를 뛸 수 있는 힘이 약해지듯, 글을 쓰지 않으면 생각하는 힘, 중심으로 돌아오는 힘, 페이스를 조절하는 힘이 약해지는 듯 싶다. 여유를 잃는건 덤이고.
내 생각을 기록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쓴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영감이 된다면 좋은 일인 것이고. 결과를 바라고 쓰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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