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공부하며 AI가 인류를 어디로 이끌어 갈 것 인가에 대해 궁금하기도, 염려도 되는 요즘입니다. 그간 소프트뱅크 사업은 기술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왔습니다. 사업의 변화가 CS(Computer Science) 전공필수 과목의 변화와도 일맥상통 하는 듯 보입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PC에서 모바일로, 이제는 AI와 로봇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손정의 회장은 인류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가장 생각을 많이 해본 사람 중 한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오던 참에 이 책을 만났습니다.
아래의 문장들은 손정의 회장이 가진 생각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돈도 연줄도 없는 23세 청년. 마침내 손정의가 택한 것은 소프트웨어 유통업이었다. 당시는 아직 PC가 유통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어찌 되었든 컴퓨터에 의한 정보혁명 시대가 열리기는 할 텐데, 처음부터 컴퓨터 본체를 만들기엔 초기 자금도 많이 들고 경쟁도 치열했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는 어떨까? 당시 소프트웨어의 흐름에서 상류와 하류의 최대 업체를 한 번에 독점해버린 것은 그 길만이 소프트웨어 유통의 플랫폼을 장악할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폰이 개발되기 전 손정의는 애플이 만든 아이팟과 휴대전화를 결합시킨 기계를 상상해서 그린 것을 잡스에게 보여주었다. 이후 인터넷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시대의 막을 올린 아이폰의 위력은 대단했다. 미국에서 아이폰을 대량으로 사온 손정의는 소프트뱅크의 간부진에게 한 대씩 나눠주며 이렇게 말했다. 자네들 지금부터 아이폰을 가지고 원 없이 놀아봐”
“300년 후 이 세계에는 무엇이 나타날 것 같습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두뇌형 컴퓨터입니다. 두뇌형 컴퓨터 칩에 모터. 즉 인공근육을 붙이면 이것이 바로 로봇입니다. 인공지능을 가진 두뇌형 컴퓨터를 탑재한 로봇이 300년 이내에 일반화됩니다. 여기에서 손정의가 그리는 장대한 비전이 무엇인지를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지혜를 넘어서는 특이점(싱귤래리티). 인류는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이 날을 맞이할 것이라고 손정의는 예언한다.”
사실 특이점 이후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유의미한 견해를 가지는 것이 불가능한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현재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즉, 최신 기술들의 기회와 위기에 대한 담론이 더 많아져야 할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아직까지 사람이고, 특정 기술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손정의 회장이 ‘AI, AI, AI !’ 세 번씩이나 외친 AI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가 왜 세 번이나 AI를 외쳤을지? 제 마음대로 각색하여 상상한 바를 소개드립니다. (물론 브로드밴드도 세 번이나 외치셨습니다만은...)
Key 1. 손정의의 첫번째 AI (AGI, Infra-Layer)
아마, 손정의 회장이 AI를 외치는 첫번째 이유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즉, 일반 인공지능의 출현, 그로인한 특이점(Singularity) 도래의 가능성 때문일 것입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이듯, AGI는 특이점을 기점으로 인간을 넘어선 지능을 뜻하며, AGI를 보유한 기업은 매우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AI 모델의 파라미터는 마치 사람 뇌의 시냅스 역할을 하는데, 시냅스의 개수는 대략 100조개 정도라고 합니다. ChatGPT로 대표되는 LLM(Large Language Model)은 파라미터 개수가 대략 1750억개이며, 이 개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파라미터가 늘어날수록 성능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GPT-4나 구글의 Gemini 등이 AGI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일지, 이후에는 어떤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가장 근접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Key 2. 손정의의 두번째 AI (AI Native Apps, Service-Layer)
올해 3월, 한 창업자가 AutoGPT라는 아주 재미있는 실험을 공개하였고, 이를 다시 100라인 내외의 Python 코드로 아주 간단하게 새로 구현한 BabyAGI도 이어서 발표되었습니다. LLM에 기반한 자율 에이전(Autonomous Agent)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자율 에이전트의 핵심은, Agent에게 원하는 작업을 부여하면 그 Agent가 작업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하위 작업들을 생성하여 해결하고 전체 작업이 해결되었다고 판단될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 실행한다는 점입니다. 이때, 설정에 따라, 각 단계별로 사용자의 입력/확인을 받을 수도 있고, 사용자의 확인없이 독자적으로 (Autonomous) 실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GPT 등 Infra-Layer의 API가 활용됩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율 에이전트가 아직 실무에서 사용할만큼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나, 장기적으로는 AGI의 방향에 가까운 모습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마인크래프트를 플레이하면서 필요한 툴을 스스로 코딩해서 사용하고, 추후에 재사용까지하는 Nvidia Voyager agent를 보면, AutoGPT, BabyAGI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모습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자율 에이전트가 발전한다면 이제 자연어라는 완전히 새로운 UX를 통하여, 컴퓨터가 우리의 의도를 이해하고 대신 실행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온라인 서비스 즉, 컴퓨터가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전통적인 UX(클릭, 입력 등)를 통하여 의도를 처리해왔던 서비스와는 다른 형태의 AI Native App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이것이 손정의 회장이 인공지능을 외치는 두번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율 에이전트의 알고리즘을 통해 현재의 어떤 부분들이 AGI에 대해 프래질 할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설령 AGI가 많은 부분을 대체하게 되더라도 살아남는 영역, 혹은 새롭게 생겨나는 영역이 있을 수 있고, Agent의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있다면 이는 우리 삶의 또다른 옵션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Key 3. 손정의의 세번째 AI (Generative AI, Middle-Layer)
ChatGPT 이후, 조금 인기가 가려지긴 했으나 Stable Diffusion, Midjourney와 같은 그림 인공지능들 역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손정의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인공지능이 예술과 창조성의 세계까지 확대되었다라고 언급했는데요, 특히 Stable-Diffusion을 필두로 한 오픈소스 생태계의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분야는 제가 지난 몇 년간 관심을 가지고 창업을 하기도, 현재는 게임사에서 연구를 진행 중인 분야이기도 하여, 현실에서의 몇 가지 사례들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 손정의 회장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보다 더 와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 제작 프로세스는 크게 기획 -> 2D(원화 그리기) -> 3D(입체적인 모델 만들기) -> 4D(애니메이션)의 순서로 이루어 지는데요, 이 중 2D를 생성하는 실무는 Generative AI를 통해 많은 부분 자동화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10시간이 걸렸던 일이 이제는 10분에서 20분 내외로 가능해 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3D 생성 쪽이며, 연구 레벨에서는 4D 생성 등까지도 몇 년 내에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이 제작 프로세스 자동화 사례가 CG(Computer Graphics)작업이 필요한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게임, 영화, 드라마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의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되고, 콘텐츠 부족으로 부진했던 VR/AR, 메타버스 산업까지도 연쇄적으로 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집에서 혼자 스토리를 쓰고, 이를 Stable Diffusion에 프롬프트로 입력하면, 할리우드의 CG팀이 제작한 것과 같은 퀄리티의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것 입니다. 이것이 손정의 회장이 인공지능을 외치는 세번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인공지능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지금까지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 했는데, 사실은 인공지능이 초래할 위기에 대한 생각이 더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2D 실무의 자동화로 인해 여러 Art 팀들이 해체되었고, 아티스트에게는 AI라는 새로운 붓에 적응을 하거나, 다른 파트로 전직을 해야하는 힘든 선택지들이 주어졌습니다. 전직을 한다고 해서 과연 새롭게 가진 그 직업을 계속해서 지켜나갈 수 있을까. 그것은 비단 아티스트 뿐만이 아닌 보편적인 직업을 가진 모두에게 해당이 되는 내용일 것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한다고 피해질 운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존재하지만, 변화하는 일거리의 모습에 유연하게 준비하고 지혜롭게 대처한다면 오히려 기회로 삼을 가능성도 다분히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래 인류에게 기술은 언제나 위기의식을 동반한 필요악이었고, 사라졌던 일자리는 새롭게 일어난 생산성으로 극복되었으며, 인류의 위기는 세상의 기회로 슬기롭게 바뀌어 왔으니까요.
추가로, 작성하며 레퍼런스가 되었던 글, 읽어보면 좋을만한 거리들을 공유드립니다!
- (Generative AI 비즈니스 기회, 허진호 대표) https://twocents.hur.xyz/
- (특이점 관련, 빌 조이) http://greenreview.co.kr/greenreview_article/1843/
- (최신 AI 소식, AK) https://twitter.com/_akhali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