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안티프래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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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안티프래질

Category
독서
Tags
Book
Life
Published
July 18, 2023
Author
Jay

Key1. 프래질과 안티프래질

책에서 도자기 컵은 프래질한 것의 대표적인 대상으로 소개됩니다. 일정한 강도를 넘어서는 충격이 가해지는 순간부터 도자기 컵의 안정성은 급속도로 약화되는데, 이를 그래프로 나타내보면 아래와 같은 비선형적인 모양(비대칭적 모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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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프래질은 가변성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시간이 갈수록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승국면보다 하강국면에 더 많이 있으며, 바람직하지 않은 비대칭성을 띠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종종 강건함, 튼튼함 등 정적인 특성을 프래질의 반대개념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깨지기 쉽다는 특성의 반대는 깨지지 않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죠.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프래질의 반대는 ‘깨질수록 더 튼튼해짐’일 것입니다. 위의 그래프를 x축에 대해 대칭시킨다면 아래의 그래프와 같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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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의 면역력과 에프킬라의 예시와 같이 소량의 독성물질이 유익한 작용을 하는 것을 호르메시스 효과라고 하며, 안티프래질의 대표적 예시입니다. 이처럼 안티프래질은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하강국면보다 상승국면에 더 많이 있으며, 바람직한 비대칭성을 띠는 것을 의미합니다.
안티프래질은 자연적인 생명체에서만 찾을 수 있는 특성은 아닙니다. 사회나 경제, 시장과 혁신 등에서도 안티프래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때 충격에 해당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충격을 다루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Key2. 무작위성과 불확실성, 그리고 어설픈 개입

사회 활동, 경제 활동, 시장, 문화 활동은 분명히 인위적인 것이지만 자연과 같이 스스로 자기조직화의 단계에 도달합니다. 이런 것들은 생물은 아니지만 복제하고 증식한다는 점에서 생물을 닮았습니다. 특정 종이 갑자기 사라지면 생태계 전반이 교란되는 것처럼, 복잡계에서는 상호의존성이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각 구성 요소의 행동은 다른 요소들에게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러한 상호의존성은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하도록 만드는 원인입니다. 즉, 복잡계 시스템에서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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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복잡계에 대해 무엇인가를 통제하거나 어설프게 개입을 하는 것은 시스템의 프래질을 초래합니다. 어떤 일차적인 목적을 위해 어설프게 개입을 하면 복잡계에 여러가지 영향을 끼치고, 그 결과 원래 목적으로 한 결과를 초래할지 아니면 다른 결과가 초래될지 확신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죠. 가령 산불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보이지 않는 인화물질의 축적으로 인해 더 큰 산불이 나는 것이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에 대한, 어설픈 개입은 불확실성에 맞서는 올바른 방식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종종 어설프게 개입하고자 하는 것일까요. 인간은 불확실성에서 불안과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아마도 생존 본능에 따라 생긴 감정의 역할일 것입니다. 이러한 본능에 인간 고유의 지적 능력이 더해져, 근대는 변동성과 무작위성 따위를 줄여나가는 과정의 연속이 되었습니다. 개인들이 자신들의 불안, 스트레스를 통제하기 위해 개입하기 시작하고, 이어 집단적 형태로의 적극적 개입이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산불의 예시에서 살펴보았듯 무작위성, 변동성은 줄이려고 한다고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닐 뿐더러, 오히려 안티프래질한 시스템을 프래질하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어설픈 개입의 형태가 아닌, 불확실성으로 부터 오히려 혜택을 얻는 안티프래질한 방법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Key3. 옵션과 바벨 전략

우리가 어떤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되면서, 3년 뒤에 현재의 가격 (액면가 500원)으로 전체 지분의 1%를 살 수 있는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내가 신중하게 고르고 입사한 스타트업이니 분명 앞으로의 성장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도 있었겠지요.
3년이 지난 뒤, 해당 스타트업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대기업에 갔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연봉과 그간 받아왔던 연봉의 차이가 좀 아프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사는 데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습니다.오히려 스타트업에 근무하며,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내고자 밤을 새워가며 열정적으로 임했던 경험이 인생에 깊은 교훈을 주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톡옵션은 그저 종이쪼가리가 되었습니다.
반대로 3년 뒤, 이 스타트업은 1조원 규모로 상장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성장할 것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이때 옵션을 행사할 경우의 가치는 약 100억원 (세금 미포함)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옵션은 비대칭적인 보상구조를 가집니다.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는 조금 잃고, 변화가 오면 크게 버는 구조이죠. 합리성을 띈 옵션의 행사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해독제 중 하나입니다.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서 필요한 전략 중 다른 하나는 '바벨 전략'입니다. 바벨을 잘 보면 양쪽 끝이 두껍고 가운데가 얇습니다. 곧 양 극단에 포지션을 두고 중간에는 포지션을 두지 말라는 것입니다. 중간은 오히려 프래질하죠. 한쪽 끝에서는 리스크를 극단적으로 혐오하고 다른 쪽 끝에서는 극단적으로 수용합니다.
투자의 경우에 적용해보면, 중간의 위험을 가진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100% 가까이 보유하는 것 보다 강건한 현금 90% 비중과 큰 변화가 왔을 때 손실은 제한되어 있고 이익은 무한대 가깝게 열리는 옵션에 10% 비중으로 투자하는 것이 더 '안전'한 구조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탈레브는 레이 달리오의 "도저히 받아들이 수 없는 사건의 확률이 0인지 확인하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결국 중요한건 확률이 아니라 기대되는 결과값 그 자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Key4. 비아 네거티바

탈레브는 마지막으로 안티프래질 해지기 위한 ‘지혜’를 선물합니다. 불확실성에 맞서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미래에 무엇이 생길지 추가하지 말고, 지금 있는 것들 중 프래질한 특성이 있는 것을 제거해버리는 ‘비아 네거티바’를 취하는 것입니다. ‘시간’은 프래질한 것을 검증하는 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시간은 불확실성, 무작위성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시간을 견뎌낸 모든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이겠지요.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옛 것은 새것보다 우월합니다. 새것 중 많은 것이 곧 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최근 사례로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어쩌면 비아 네거티바의 본질중 하나를 이야기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중점을 두고 하는 일에 '예스'라고 대답하는 것을 집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집중의 의미가 아니다. 100개가 되는 다른 좋은 생각에 노라고 대답하는 것이 진정한 집중이다. 당신은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나는 나 자신 이 했던 것만큼이나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 1000개의 생각에 '노'라고 대답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혁신이다."
 

결론

사실 책을 읽고 소감을 정리할 때,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번 책은 한번 정리가 필요하겠더군요..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한번 정리를 끝내고 나니이제야 저자와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티프래질한 시스템 내에서 개체는 프래질한 대상입니다. 경제, 사회, 기업 속에서의 저라는 개체 역시도 프래질한 존재이겠지요. 특히나 작년까지 사업을 하고 있던 저는 실패를 통해서 전체 스타트업 씬의 안티프래질을 위한 정보를 제공했을 것입니다. 시스템이 발전하려면 누군가는 그 대가를 치뤄야 하니까요. 시스템의 관점에서는 흔쾌히 실패를 수긍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가 기업가의 날을 지정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프래질한 개체의 상황도 한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실패란 것이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라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한 켠에 놓여있었습니다.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런가 꽤나 고민했었고, 사실 명쾌한 답을 찾지는 못했었습니다. 책에서 일말의 힌트를 얻었는데요, 책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실패를 수치스럽게 생각 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이에 반해, 일본인들은 실패를 수치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가 되었든 원자력 발전이 되었든 리스크를 숨기려고 한다고 합니다.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문화권에 있다보니 어찌되었건 제게는 문화적인 영향이 없지는 않았나 봅니다.
실패로부터 고통을 받는 것이, 이득을 얻는 것 보다 크다면 그 대상은 프래질한 대상일 것입니다. 물론 저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아마도 중요한 것은, 다시 일어나 실패로부터 배운 정보를 바탕으로 다시금 담담하게 불확실성에 맞서는 것일 것입니다. 담담해지기 위해서, 다시말해 프래질한 개체가 안티프래질 해지기 위한 실천적인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트레이더 였던 탈레브의 사례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무작위적인 일들이 넘치고 영혼을 후벼 파는 심리적인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 트레이더의 삶에서 탈레브는 매일 아침 최악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가정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고 합니다. 그럼 나머지 시간은 뜻밖의 즐거움이 될 테니까요. 손실로부터 고통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상황이 잘 돌아갈 때 재산을 가치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수양을 했던 세네카처럼 수련이 필요한 일이겠죠. 수련이 성공적이라면 무작위성으로 가득 찬 세상은 더 이상 제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안티프래질한 개체가 될 것입니다.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죽는 날까지 이어질지도요.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일은 여전히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창업 실패로 알게 된 것은 제가 추구하던 본질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드는 일이지, 꼭 스타트업의 형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일을 지속하기 위해선, 하방 리스크를 관리하는 바벨 전략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든 것에 대한 인정이 나에게로 돌아오게 끔하는 옵션 세팅 역시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실존적 우선 순위를 이해하려면 야생 상태의 사자와 감금 상태의 사자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된다고 합니다. 감금 상태의 사자는 더 오래 살죠. 그리고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 부와 직업의 안정성이라면, 이런 사자들은 더 부유하고 직업도 더 안정적일 것입니다. 제게는 혼란, 모험, 불확실성, 자기 발견, 충격에 가까운 사건으로 가득 찬 삶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 편이 더 재미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