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 (토)
생각을 정리해야 할 중요한 일이 될만한 것은 일상에 관한 것이다. 솔직히 요새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이란 것은 연구실의 논문을 읽고 정리하는 것 뿐이다. 고작 하나짜리 논문과 낑낑대고 있다는 생각을 자꾸만 한다. 하지만 진지하게 두고 보면 나의 실력이 그정도에 머물고 있고, 이 일이 주어진 일이라면 해내기만 하면 된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지금 있는 그곳이 진리의 자리이다. 내가 있는 이곳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고민이 될때면, 내 자리에서 묵묵하게 주인이 먼저되자.
1월 5일 (화)
노력한다라고 스스로 생각할 때면, 자기 자신에게 도취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경향은 이따금씩 이상한 곳으로 나를 이끌게 한다. 공허만 남는다거나 그런. 내가 지금 무언가 "노력"할 대상을 찾는 것은 그것이 일련의 구원이 되어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노력하여 이룬 성취가 결국 나를 증명해줄 것이고, 그것에 안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성취 또한 일련의 중독일 수 있다. 매번 그 도취감에 기대어 다른 방식의 삶을 무시한다면, 매번 이렇게 공허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1월 7일 (목)
일상을 되찾고 싶다. 누군가에겐 의무랄 것이 없는 내 삶이 부러울 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이 없는 삶은 너무도 무료하고, 부질없이 흘러만 간다. 일로써 글을 쓰는 것은 어떠한가. 모든 것들로 부터 멀어져간다. 지나온 것들을 긍정해야 한다라고 스스로 되새겨보지만 쉽지가 않다. 나느 아무래도 나의 일을 하며 살고 싶다. 코딩이라던지. 그럼 실천해야한다. "목표"까지 세우기가 벅차다면 매일매일 해야할 것이라도 수립해보자.
1월 14일 (목)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문의 글을 쓰지 않다보면 어느 새벽, 당신은 읽는 이가 기다린대도 긴 글을 쓸 수 없게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아무도 먹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리하지 않다보면 혼자만의 식사도 거칠어진다. 당신의 우주는 그런식으로 비좁아져간다." 나의 우주가 정말이지 비좁아져 가는 느낌이다. 말그대로 읽히지 않는 글을 쓰지 않고, 혼자 먹는 음식을 요리하지 않으며, 혼자 들을 기타를 연습하지 않다보니 나의 우주가 비좁아져 가는 느낌이다.
1월 22일 (금)
정답은 없다. 결국엔 마음 가는대로, 일어나는 대로. 도망쳐도 괜찮고, 버텨도 좋다. 도망치는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시대가 그렇다. 정답이 없는 시대다. 물려받은 자유의 시대이다. 자유를 누리려면 그에 따르는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은 첫째로 소음을 듣는 일이고, 둘째로 시간에 몸을 맡기는 일이다. 누구나 자유롭기에 소음은 생길 수 밖에 없고, 스스로가 자유롭기에 정해진 의미랄건 없다. 시간에 몸을 맡긴다.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1월 27일 (수)
분명 느려도 좋고, 시작이라는 것은 늘 설레는 일이라는 것을 스스로 생각하지만, 나의 맥락에 놓여질때에는 여간 쉬운일이 아닌 것 또한 잘 알겠다. "하면 할 수 있다." 이상하지 만치 이 문장에는 알게 모르게 자신이 있다. 다만 하지 않을 뿐.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했을 뿐. 다 애매하다랄까. 애매하게 잘하는 것은 다소간의 저주일지 모르겠다. 보통의 이야기들에서 저주를 풀어내는 방법은 비슷하다. 모험을 떠나는 것.